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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코다 CODA – 조용한 세상 속, 단 한 사람의 노래

by 무비라푼젤 2025. 6. 14.

영화 코다 포스터

 

 

고요한 세상 속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 삶은 어떤 결을 가질까. 2021년 공개된 영화 **《코다 (CODA)》**는 청각장애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 드라마로,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 단순한 감동에 그치지 않고 가족, 자아, 선택,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관객에게 조용하지만 강렬한 울림을 전한다.


인물 소개

  • 루비 로시 (에밀리아 존스)
    이야기의 주인공. 가족 중 유일하게 청각이 있는 인물로, 가족의 통역자 역할을 해왔다. 어부 집안의 막내딸로서 새벽부터 바다로 나가는 삶을 살아왔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민과 갈등을 겪는다.
  • 프랭크 로시 (트로이 코처)
    루비의 아버지. 고집도 있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가장이다. 농인이지만 유쾌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트로이 코처는 이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재키 로시 (말리 마틀린)
    루비의 어머니. 과거에는 루비가 음악을 하는 것에 반대했지만, 딸의 열정을 점차 이해하며 변화한다. 실제로도 청각장애를 지닌 배우인 말리 마틀린의 연기는 영화의 진정성을 높였다.
  • 레오 로시 (다니엘 듀란트)
    루비의 오빠. 루비와 마찬가지로 가업을 이어가는 어부지만, 루비가 가족을 떠나는 것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
  • 버나드 선생님 (유제니오 데르베즈)
    루비의 음악 선생님. 루비의 재능을 알아보고 음악대학 진학을 권한다. 까칠하지만 따뜻한 멘토로 그녀의 인생에 변화를 이끈다.

줄거리 요약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어촌 마을. 루비는 청각장애를 지닌 부모님과 오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통역 역할을 도맡으며 가족을 도왔다. 학교 수업, 새벽 어업, 그리고 가족의 통역까지. 그녀의 하루는 늘 빡빡하지만 성실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고등학교 합창단에 들어가게 되고, 선생님은 루비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다.

루비는 버클리 음대 진학을 제안받고, 음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족이 자신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루비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현실과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루비는 결국 오디션 날, 아버지의 배에서 일을 하다 지각할 뻔하지만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음악학교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손수 가족을 향해 수화를 함께 하며 노래하고, 가족은 처음으로 루비의 노래를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한다. 음악이라는 매개로 가족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루비는 가족의 축복 속에 대학에 진학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가족은 그녀를 학교로 떠나보내며 따뜻하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일이지만, 그 선택이 서로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음을 영화는 조용히 말해준다.


감독 소개

션 헤이더 (Sian Heder)
미국의 여성 감독으로, 《코다》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영화의 진정성과 다양성을 강화했다. 이 작품으로 2022년 아카데미 각본상과 작품상, 남우조연상까지 휩쓸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다. 그녀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진짜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인간적인 서사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감상 포인트

  • 농인 가족을 다룬 새로운 시선
    농인 캐릭터들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중심으로 활약한다. 특히 아버지 역의 트로이 코처는 생생한 연기로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만든다.
  • 노래와 수화의 만남
    음악이 들리지 않는 이들을 위한 ‘보이는 노래’가 전개되며, 시청각적 감동이 극대화된다.
  • 청소년 성장담 + 가족 영화
    루비가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동시에 가족과의 사랑도 놓치지 않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마무리

《코다》는 감정의 과잉 없이 담백한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청각장애라는 소재를 소재 이상으로 다루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다.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조용하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영화, 지금 다시 봐도 충분히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