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파과 리뷰 – 상실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by 무비라푼젤 2025. 6. 20.

영화 파과 포스터

 

 

2025년 4월 30일 개봉한 《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산 액션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감독 민규동은 60대 여성 킬러 ‘조각’의 세월의 무게와 더불어 그녀가 살아온 고독하고 퇴행하는 삶을 액션 누아르와 감성 멜로의 결합으로 풀어내며, 기존 장르의 틀을 흔드는 시도로 주목받았습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초청을 시작으로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수상까지 이어진 작품성 역시 이 영화의 값진 무게를 증명합니다.


인물소개

  • 조각 (이혜영)
    60대 베테랑 청부 킬러로 불멸의 전설이자 조직 내에서는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인물입니다. 40년간 감정을 배제한 냉혹한 ‘방역’을 수행했지만, 문득 자신을 치료해 준 수의사와 그의 딸에게 마음의 균열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삶의 최후 국면에서 인간성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 투우 (김성철)
    젊고 열정적인 청부 킬러로, 조각의 뒤를 잇고자 조직에 들어옵니다. 꺽고 싶은 경쟁 상대인 조각에게 집착에 가까운 시선을 보내며, 그녀의 변화가 조직 질서와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합니다.
  • 강선생 (연우진)
    조각이 부상을 입고 운명처럼 만난 수의사입니다. 무관심했던 그녀가 첫 억지라도 느끼게 된 상대이며, 이 인연이 조각의 냉정함을 깨뜨리는 도화선이 됩니다. 조각이 인간으로 돌아오는 감정적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 인물입니다.
  • 류 (김무열)
    조각의 스승이자 오래전부터 쌍방의 원칙을 나눴던 동료. “지킬 것을 만들지 않는다”는 약속은 결국 조각이 흔들릴 때 강하게 망각되며, 그 상처는 영화 전반의 내러티브에 깊게 각인됩니다.
  • 조연진 (신시아, 김무열 외)
    어린 시절 조각 역의 신시아, 조직 내 핵심 인물 류와 손실장(김강우), 장비(최무성) 등을 포함한 조연 캐릭터들이 조각의 삶과 관계의 단면을 다채롭게 구성합니다.

줄거리

조각은 40여 년 동안 냉정함만으로 사람을 제거하는 방역자로 살아왔습니다. 은퇴를 눈앞에 둔 시점, 임무 수행 중 부상을 입고 구조를 받게 된 것이 수의사 강선생과의 예기치 않은 만남입니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을 책임지는 그의 따뜻함은 조각에게 생소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금했던 유대감과 연민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본 조직 내 후배 킬러 투우는 분노합니다. 투우는 조각에 맞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고, 조각이 점차 일상에 물드는 것을 경계합니다. 감정을 억누르던 조각은 혼란에 빠지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의 방식에 회의하게 됩니다.

류와 약속한 “지킬 것을 만들지 말자”던 약속이 깨진 뒤, 조각의 내면은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폐허가 된 놀이공간 해피랜드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임무 장면은 심리적 갈등과 폭발이 동시에 터지는 공간이 됩니다. 배우들은 롱테이크 액션과 무음 긴장의 액션 시퀀스를 통해 감정과 폭력을 한 프레임 안에 녹여냅니다.


결말

영화 후반부, 조직의 임무인지 개인의 분노인지 분간이 어려운 마지막 대면에서 조각은 투우를 마주합니다. 두 사람의 대립은 무정함과 애정 사이를 오가며 극의 절정을 이룹니다. 이어 조각은 강선생과 그의 딸을 보호하려는 결심으로 돌아서며, 오래된 약속을 파기합니다.

결국 투우와 결투를 벌이게 되는 조각. 감춰진 투우와 조각의 오래된 인연이 영화 마지막에 극에 나오며 서로를 향한 총을 내려놓고, 조각은 스스로 삶을 재정의합니다. 강선생의 곁에 머물며 의미 있는 삶을 다시 선택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비치며, “지키려 했던 것이 의미를 다시 찾게 되었다”,"상실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여운을 남깁니다.


감독 & 작품 분석

  • 감독: 민규동
    과속스캔들, 파과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온 감독으로, 이번에는 남성 중심 장르에서 과감히 벗어난 60대 여성 킬러 서사를 다룹니다.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자에서 신념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라는 조각의 여정을 강렬한 액션과 정서를 결합한 컷으로 완성해냈습니다.
  • 미술 & 음악 공간 표현
    해피랜드 폐허, 신성방역의 음산한 사무실 구역 등 대비가 뚜렷한 공간 설계와, 액션 멜로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오케스트라·미니멀 사운드의 조합이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조율합니다.
  • 성별과 연령의 경계 넘기
    ‘60대 여성 킬러’라는 설정 자체가 기존 한국 장르에선 드문 시도로, 민규동 감독 역시 이점이 “오기와 질문을 불러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관객 반응도 “성별과 나이를 넘어선 감정 진폭”을 높이 평가합니다.

마무리

《파과》는 단순한 복수극이나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인물의 내면적 붕괴와 재생, 그리고 생존자로서의 위기감을 여성 중장년 캐릭터를 중심으로 설득력 있게 재구성했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삶의 황혼 속에서, 새로운 유대와 책임감을 마주할 때, 우리는 누가 진짜 ‘남은 자’인지 묻게 됩니다.

60대 여성 킬러라는 파격적 설정에서 출발해,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이 작품은, 장르적 실험성과 감정적 여운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웰메이드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액션 누아르, 심리 드라마, 멜로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조각의 이야기는, 극장에서 만나면 더욱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