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둑들》은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의 틀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한국 영화 특유의 정서와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가 결합되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단순한 범죄 영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각 인물마다 복잡한 사연과 숨겨진 속내가 얽혀 있고, 그로 인해 사건이 예측불가의 방향으로 전개되며 긴장감을 높입니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 합이 빛을 발합니다. 김윤석과 김혜수의 관계, 전지현의 강렬한 액션과 유머, 이정재의 냉철한 카리스마가 조화를 이루며 한 편의 군상극처럼 펼쳐집니다. 빠른 편집과 세련된 연출, 탄탄한 구성은 13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며, 마지막 반전까지 완성도 높은 오락 영화로 손색이 없습니다.
인물관계
이 영화의 중심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모인 한국과 중국 도둑들의 연합 작전입니다. 김윤석이 연기한 ‘마카오 박’은 작전의 설계자이자 과거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인물로, 김혜수가 맡은 ‘팹시’와는 과거 연인 관계였습니다. 팹시는 감옥에서 출소 후 작전에 합류하게 되는데, 여전히 마카오 박과 팽팽한 긴장을 유지합니다. 이정재가 연기한 ‘뽀빠이’는 팀 내에서 리더 격이지만 이중적인 태도로 갈등을 유발하고, 전지현의 ‘예니콜’은 아름다움과 날렵한 액션을 겸비한 인물로 분위기를 이끌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김수현이 연기한 ‘잠파노’는 예니콜에게 호감을 품고 있고, 오달수와 김해숙은 각각 능청스러운 기술자와 속내를 알 수 없는 노련한 인물로 극의 균형을 맞춥니다. 이렇듯 인물들 간의 과거와 욕망이 교차하면서 단순한 팀플레이를 넘는 복합적인 심리전이 전개됩니다.
흥행
《도둑들》은 개봉과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2012년 7월 개봉 당시 1,2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6위(2024년 기준)를 기록했고, 그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습니다. 상반기 외화 위주의 흥행 구도 속에서 자존심을 지킨 한국 영화로 주목받았고,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올스타 캐스팅”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각각의 팬층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었습니다. 해외 영화제나 상업성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영화 시장에서 “재미와 완성도, 상업성” 모두를 잡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됩니다.
감독
감독은 최동훈.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 케이퍼 무비 장르에 특화된 연출력으로 이름을 알렸고, 《도둑들》을 통해 자신의 전성기를 입증했습니다. 그는 특유의 리듬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구성 능력으로 한국형 장르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다국적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액션과 감정의 균형을 맞추며 전체적 서사의 힘을 유지했습니다.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진행과 치밀한 각본은 최동훈 감독의 가장 큰 강점이며, 《도둑들》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대중성과 연출력이 가장 균형 있게 결합된 작품으로 손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