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은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가 함께 떠나는 첫 여행으로,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여행지가 달라지곤 했다. 현재는 해외 여행이 보편화되어 다양한 국가로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1970~80년대 한국에서는 비교적 한정된 국내 여행지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이 시기의 신혼여행지는 경제적·사회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1970년대는 한국이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지던 시기였고,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생활 수준이 점차 향상되었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대다수 신혼부부는 국내 여행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1. 1970~80년대 대표적인 국내 신혼여행지
① 제주도 – 변함없는 신혼여행 1순위
제주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인기 있는 신혼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70~80년대에는 비행기 여행이 흔하지 않았던 만큼, 제주도로 떠나는 신혼여행은 특별한 경험으로 여겨졌다. 신혼부부들은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하기도 했으며, 여행 일정 동안 한라산, 천지연폭포, 용두암, 섭지코지 등을 방문했다.
또한, 이 시기의 제주도는 신혼부부를 위한 여행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촬영하는 기념사진이 유행했으며, 신혼여행객들이 묵을 수 있는 호텔과 펜션도 점차 증가하였다. 당시에는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라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일종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② 설악산 – 웅장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신혼여행
강원도 설악산도 당시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높았다. 아름다운 산세와 깨끗한 공기, 그리고 속초 해변과 가까운 입지 조건 덕분에 많은 신혼부부가 찾았다. 특히, 등산을 즐기는 부부라면 한계령, 권금성 등을 방문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설악산에서 찍은 결혼사진은 ‘행복한 신혼부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설악산 인근에는 속초, 양양 등의 관광지도 포함되어 있어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때문에 자연을 좋아하는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③ 경주 –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신혼여행지
신혼여행지로서 경주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역사적인 유적지를 방문하며 문화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신혼여행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당시 경주는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신혼부부들에게 편리한 여행지로 평가받았다. 지금도 경주는 커플 여행지로 인기가 많지만, 당시에는 신혼여행지로도 손꼽히는 곳이었다.
④ 해운대 –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한 낭만적인 신혼여행
부산 해운대 역시 1970~80년대 신혼부부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였다. 당시에는 현재처럼 해운대의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신혼부부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특히, 해운대에서 찍은 사진은 많은 부부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사진 촬영이 유행하기도 했다. 해운대 외에도 태종대, 송정해수욕장 등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를 함께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인 신혼여행 코스였다.
2. 1990년대 이후 신혼여행 트렌드 변화 – 해외여행의 등장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혼여행 트렌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점차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홍콩, 일본, 동남아시아 등이 주요 신혼여행지로 떠올랐다.
특히, 홍콩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신혼여행지 중 하나였다. 홍콩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빅토리아 피크, 홍콩 디즈니랜드(이후 개장), 홍콩 섬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어 신혼부부들에게 매력적인 여행지로 여겨졌다.
필자의 부모님도 1990년도에 홍콩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셨다고 한다. 이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 점차 해외 신혼여행이 증가하는 흐름과 일치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여전히 제주도, 경주, 설악산과 같은 국내 여행지도 인기가 있었지만, 해외여행을 떠나는 신혼부부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여행지의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졌다.
3. 1970~80년대 신혼여행 트렌드가 의미하는 것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배경을 반영하는 장소들이었다.
- 경제적 배경
- 1970년대에는 해외여행이 금지되어 있었고, 1980년대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다.
- 따라서 신혼여행은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관광 인프라가 마련된 제주도, 경주, 설악산 등이 인기를 끌었다.
- 문화적 의미
- 당시 신혼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결혼의 필수 과정으로 여겨졌다.
- 신혼부부들은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집에 걸어두는 경우가 많았으며,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은 신혼부부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 여행 방식의 변화
-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여행이 점차 가능해지면서 신혼여행의 개념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 1990년대 초반에는 홍콩, 일본 등이 인기 있었으며, 이후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으로까지 신혼여행지가 확대되었다.
결론
1970~80년대 한국의 신혼여행지는 제주도, 설악산, 경주, 해운대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당시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과, 신혼여행을 특별한 경험으로 여기던 문화적 요소가 결합된 결과였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고, 신혼여행지는 점차 해외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홍콩은 1990년대 초반 신혼여행지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신혼여행지는 시대와 함께 변화해왔으며, 이를 통해 당시 사회와 문화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다.